언젠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내가 어디에 살지 스스로 결정해 본 적이 없었구나. 처음에 캘리포니아에 오게 된 건 아빠의 결정이었고, 내가 캘리포니아 안에서 수없이 이사를 다녔지만, 내가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이유는 처음에 캘리포니아에서 살기 시작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지금처럼 우리 가족이 미국 아무 곳으로나 이사를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면, 내가 지금까지 다른 지역에 대해서 들은 정보, 가서 보고 느낀 분위기, 그런 모든 것들을 토대로 아무 곳이나 고르라고 한다면 내가 과연 캘리포니아를 고를까 라는 생각이었다.
우선 너무 더운 곳이나 (텍사스, 아리조나 등) 너무 추운 곳 (미네소타, 시카고, 보스턴 등)은 끌리지 않았다. 캘리포니아가 끌리지 않은 대표적인 이유는 집값이기 때문에 집값이 캘리포니아보단 월등히 저렴한 곳이어야 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한국인 커뮤니티가 멀지 않은 거리에 형성된 곳을 선호했다. 아이들은 안 그럴지 몰라도 나와 아내는 한국인들과의 어울림은 꼭 원하는 것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 너무 시골 같은 곳도 불편하고 (낯설기 때문에), 너무 복잡한 도시도 싫다. 어떻게 보면 그냥 얼바인 같되 좋은 날씨를 포기하고 저렴한 집값을 선택하는 그런 거래를 원했던 거 아닌가 싶다.
Virginia는 한국인 인구가 꽤 되기 때문에 살다 온 사람들도 많고 쉽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 중 하나이다. 90년대 초반에 두 고모네가 그쪽에 살았었고, 그때 나의 가족은 인디애나에 살았어서 차를 타고 버지니아를 놀러 갔던 적이 있었다. 그때 버지니아가 어떤 곳이었는지 생각나는 것은 아니다. 한 번 잠깐 방문해 본 적이 있다는 것이 버지니아를 생각하게 된 이유는 아니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2년 반전에 나의 친한 친구 가족이 Virginia로 이사를 간 것이다. 친구는 가자마자 버지니아에 관한 좋은 얘기들을 계속해서 했는데 나는 원래 좀 귀가 얇은 편이어서 그런 건지 모든 얘기들이 솔깃했다. 캘리포니아에서 housing price 때문에 쩔쩔매는 사람들에게는 그 얘기들이 신선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작년 여름에 친구 가족을 방문하러 놀러 갔을 때 나는 이미 버지니아로 마음이 굳혀져 버리게 되었다. 내가 처음 인디애나에 이민을 갔을 때 느꼈던 "미국은 이런 곳이구나"하는 느낌이 그대로 다시 살아났다. 캘리포니아는 왠지 미국 같지 않은 미국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고 이번에는 정말 미국 같은 미국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집값 때문에 타주로 이사를 가면 대게 텍사스나 아틀란타를 얘기한다. 그래서 버지니아인 게 궁금한 사람들도 많다. 나의 경우는 재정적으로 봤을 때 일리가 있는 결정이었다. 우리 회사의 경우 거주지가 바뀌면 그곳의 cost of living (물가)에 따라서 셀러리가 조정이 된다. 텍사스로 가게 되면 적어도 15% 정도 월급이 깎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작년 여름에 궁금해서 회사 HR 한테 물어봤더니 Virginia로 가서 remote로 일을 하면 12% 정도 내려갈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 얘기를 듣고 사실 타주로 가는 생각은 내려놓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며칠 후에 갑자기 아이디어가 생각이 났다. 내가 Washington DC에 있는 오피스로 출근하는 것으로 하면 Virginia 가 아닌 DC에 맞춰져서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물어봤더니 진짜 내 생각이 맞았다. DC는 Southern California와 아주 약간의 차이밖에 없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물가가 싼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 월급도 그것에 맞춰서 내려가는데, Northern Virginia (NoVa)에 살고 DC로 출근을 하면 저렴한 집값과 높은 월급,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이었다.
또 중요한 한가지는 친구의 아이들이 우리 딸들과 아주 가까운 친구들이고, 첫째와 둘째는 심지어 같은 학년이라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학교에서 완전 낯선 학생으로 시작하는 것과 같은 학교 같은 학년에 한 명이라도 친구가 있는 것은 흑과 백이라고 생각은 한다. 익숙한 환경과 모든 친구들에게서 떠나게 하는 것이 마음이 결코 편하지 않은 데 가는 그곳에 친구가 있는 것은 부모로서 나의 딸들에게 꼭 주고 싶은 선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하지 않고 이 여정을 잘 따라오고 있는 것 같다.
나 개인적으로는 친구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위해서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곳에 있는 친구가 그 친구이기 때문이다. 다른 것 특별히 없어도 그 친구와 가까이 살기 위해 이사를 가는 것이 충분히 reasonable 할 수 있는 그런 친구이기 때문에 그 친구가 비록 몇 달 후에 다른 곳으로 가게 되는 일이 생긴다 하더라고, 몇 달 같은 동네에 가까이 살 수 있었음에 감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나는 일 년 중에 4개월이 지나치게 바쁘고, 그 친구는 일 년 내내 지나치게 바쁜 인생이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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