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차 7대를 싣는 트럭이 와서 우리 차 한 대를 픽업해 갔다. 어제는 이삿짐센터에서 5명이 와서 두 시간 반에 걸쳐서 우리 아파트에 있던 짐을 트럭에 전부 싣고 떠났다. 그래서 남은 열흘동안 머물게 될 집으로 와서 잤고 아홉 번 더 자고 나면 드디어 떠나는 날이 된다. 1994년 11월 한국을 떠나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 살기 시작했던 난 30년 채우는 걸 4개월 남겨두고 떠나게 되었다.
캘리포니아에서 타주로 이사 가는 것을 보는 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주변에도 종종 이사를 떠나는 사람들을 보기도 하고 건너 건너 누가 이사를 갔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기도 한다. 다만 우리는 누가 봐도 떠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이곳에 너무 깊이 뿌리를 박아놓았고, 떠나야 될 이유가 굳이 없다는 것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신기해하는 반응을 얻게 만드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묻는 많은 사람들에게 비슷한 얘기를 계속해오고 있지만, 나의 지금 이 상황과 생각을 글로 남겨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쓰게 되었다.
떠난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에게 하는 첫번째 질문은 보통 "일 때문이야?"인데 그건 아니다. 현재 나와 아내의 일의 situation이 이사를 가기 수월한 상태라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맞다. 우선 내가 다니는 회사는 현재 미국 전 지역에 오피스가 있어서 어디엘 가나 멀지 않은 곳에 오피스가 있을 확률이 높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fully remote로도 일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사를 가서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일은 없다. 다만 같은 지역 사람들과 한 팀에서 일하는 경우는 office location을 옮길 때 일이 달라지거나 팀이 달라질 수도 있고 위 Partner level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할 텐데 나는 좀 특별하게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큰 팀 하나에만 속해 있기 때문에 내가 이사 가는 것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이 회사 전체에 한 명도 없는 셈이다. 아내는 작년 11월에 새 직장에서 근무를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fully remote였기 때문에 더더욱 거주지가 상관이 없다.
그렇게 설명을 하면 당연히 따라 오는 질문은 첫 번째가 "그럼 왜?"이고, 두 번째는 "왜 버지니아?"가 된다.
첫 번째, 왜 이사를 가는가.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여러 가지 복잡한 요소들이 섞여 있다. 내가 어린 나이 때부터 돈을 잘 벌고 모아놓은 돈이 많았거나, 지금 사는 Irvine(얼바인)의 집값이 지금같이 어처구니없이 비싸지 않았다면, 다시 말해 돈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사를 갈 생각을 시작조차 안 하지 않았을까 싶다. 얼바인은 나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편하고 살기 좋은 곳이다. Southern California 가 대부분 그렇듯이 날씨는 너무나 좋고, 얼바인은 특히나 범죄율이 낮고, 필요한 것들은 가까이에 웬만하면 다 있고, 모든 곳들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깨끗하다. 따라서 집값이 너무나 비싸고, 현재 우리의 상황을 볼 때 집을 사려고 한다면 아이들이 다 대학을 떠나고 아내와 둘이 되기 전까진 불가능한 거 아닐까 생각도 든다. 젊었을 때는 얼바인 아닌 오렌지 카운티 다른 지역에서도 몇번 살았었고, 또 오렌지 카운티에서의 삶만 30년이 되기 때문에 도시 이름만 들어도 대충 어떤 분위기의 환경인지 파악이 되는데 얼바인보다 훨씬 싼 곳은 썩 내키지 않기도 하고, 가고 싶은 곳을 몇 군데 생각해 보면 얼바인과 그리 큰 차이는 없다. 비슷하게 좋은데 가격이 많이 싸다면 사람들이 얼바인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집을 사지 않고 계속 렌트를 하면 조금은 지출이 적긴 하겠지만, 렌트는 계속 올라갈 거라는 단점과 주인이 얼마나 올리는 가에 따라 계속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녀야 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작년 여름에 얼바인 안에 있는 아파트를 찾았을 때 너무나 비싼 렌트 때문에 더 이상은 얼바인에서 살기 힘들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 중요한 계기였다. 아이들의 나이가 이제 12, 10, 7살인데 큰 딸의 경우 대학교 입학까지 고작 6년이 남은 셈인데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우리 집"하면 떠올릴 수 있는 확실한 "우리 집"을 만들고 꾸미고 그 안에서 추억을 만들며 행복을 누리는 게 내가 크게 원하는 것이다. 짧게 말해서, 더 늦기 전에 우리만의 집을 갖고 싶은데 캘리포니아에선 그것이 현실 불가능인 것이다.
여기가 다 좋고 가격이 비싼 것만이 단점은 아니다. 얼바인은 한국인이나 중국인을 비롯해서 아시안들이 엄청나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한국인으로서 그것이 장점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어디엘 가나 minority 이기 보단 majority에 속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outsider라고 느끼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내가 얼바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30년 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통은 다 영어로 하긴 하지만, 같은 아시안들과 더 비슷한 문화에서 자랐기 때문에 다른 인종보다는 아시안들과 더 쉽게 어울리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안이 중심이라는 것이 단점인 것은 아시안들에게서 더 뚜렷하게 볼 수 있는 몇몇 좋지 않은 문화와 지나친 교육열이다. 예를 들면, 돈을 얼마나 잘 벌고 얼마나 부유한 집안에서 사는지 서로 비교하고 그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측정하는 것, 조금 더 좋은 대학교를 들어가면 우월감을 갖는다던가 그렇지 않으면 부끄러워하는 것, 학생 때 하는 모든 것들이 오로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되는 것, 이런 것들이 나는 개인적으로 나의 아이들에게는 없었으면 하는 것들이다. 부모가 교육적으로 달달 볶아서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하는 것은 이해가 갔는데 어떤 경우에는 부모가 push 하지 않는 경우에도 아이들이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종종 보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친구들 사이에서의 분위기와 학교 전체적으로의 분위기에 어느 정도 따라 흘러가기 때문에 그럴 수 있게 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나의 관점으로는 Irvine의 교육환경이 "toxic"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또 하나의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할 법도 한데, 그건 우리 가족에게 뭔가 같이 헤쳐나갈 수 있는 challenge 가 유익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나는 나대로 여기서 사는 삶이 너무 자연스럽고 불편한 것도 많이 없고, 아내는 아내대로 교회 사역에 바쁘고 수많은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도 아무 고난이나 걱정없이 평탄하게 사는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은 서서히 집에서 가족과 있는 시간보다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는 것이 더 그들의 삶에 중요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너무 쉬운 것만 접하고, 좋은 것만 알면서 살다 보면, 감사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고난 앞에서 이겨나갈 능력이 안되고, 인생에 찾아올 수많은 기쁨과 슬픔의 wave 앞에서 쉽게 쓰러질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 면에서 고생을 사서 하는 셈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다. 내가 미국에 오기 전에 한국에서는 누나와 맨날 싸우기만 하고 별로 가까이 지낼 일도 없다가 처음 미국에 와서 서로 아무 친구도 없을 때 모든 사소한 것을 나누고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나의 세 딸들이 지금 사이가 나쁘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셋만이 공유할 수 있는 이 경험을 통해서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sisters로 커 가길 원하는 나의 간절한 바람이 있는 것이다.
위에서 깊게 얘기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그건 우리 가족이 다른 가족들에 비해 이곳을 떠나기 더 어려운 이유이다. 아내는 이 지역에서 한국 사람들은 웬만하면 알만한 큰 교회의 English ministry에서 찬양을 인도하는 worship director이다. 주일마다 두 번의 예배에 매번 수백 명 앞에서 찬양을 인도한다. 그 사역은 아내의 인생에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이다. 또 우리는 둘 다 가족들이 가까이에 산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엄마 아빠 말고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고모, 고모부, 할머니가 같은 얼바인에 7-8분 거리에 살고 있고, 아내의 가족 (부모님, 동생네 가족) 다 같은 오렌지 카운티에 살고 있다. 난 30년을 살면서 처음부터 같은 교회를 다녔기 때문에 20년 넘게 가까이 지낸 친구들이 수두룩 하다. 큰 계기 없이 이 모든 것을 두고 떠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한 시간을 넘게 썼는데 아직도 "왜" 이사를 가는지에 대해서 밖에 나누지 못했다. 왜 버지니아인지는 다음에 시간이 날 때 다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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