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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A Sean 2015. 5. 27. 18:00


이곳은 Irvine 에 있는 한 apartment complex 안에 있는 농구코트다.  내가 고등학교때 수백시간 보냈던 곳.

난 1994년 11월에 이곳에 왔다. 그 전 나는 서울 목동에 있는 생긴지 몇년 안 된 작은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난 농구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우리 학교엔 농구부가 없었다. 농구부가 있는 중학교가 몇 되지는 않겠지만. 중2는 나에게 정말 신나고 화려한 시기였고, 난 미국에 오고 싶은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아니, 딱 하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농구를 배울수 있다는 것.

난 어렸을때부터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NBA 를 생각해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냥 미국에서 미국사람들 사이에서 농구를 배워서 한국에 돌아와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는 것 뿐이었다.

난 초등학교때부터도 항상 키가 큰 5% 안에 들었었고, 중2때 키가 174cm 였다. 아빠가 180cm 인걸 생각할때 적어도 182cm 까지는 클거라 생각했었다. (착오였다)

미국에 와서 이 아파트에 살았는데 큰 아파트 단지였지만 우리집 바로 옆에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15초안에 뛰어갈수 있었다.

보통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 8시부터 10시 (불 꺼지는 시간)까지는 여기서 살았다. 주로 고등학생보다는 대학생, 어른들이 많았는데 키도 그렇고 그들한테 꿀리지 않았었다. 흑인들도 많았고, 흑인들 상대하는것도 두렵지 않았다. 그렇게 저녁시간만 되면 수십명의 사람들이 몰려드는 유명한 코트였는데 난 그렇게 사람이 모이는 시간에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는 시간에도 있었다. 방학때는 대낮에 땡볕에서도 몇시간씩 했고, 항상 혼자 할때는 다시 한국에 돌아가서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하는 모습을 상상했었다. 내 신발은 거의 정확하게 3개월만에 바닥 고무가 다 닳아서 천이 보이게 되었었다.

지금에 비해서 그때는 정말 잽싸고 체력이 좋았다. 점프도 높이 해서 림에 손가락 두마디 정도는 걸쳤었다.  대학생때 발목을 크게 두세번 삐었는데 그때마다 점프와 순발력이 확확 줄었었다. 나이가 들면서 "그때는 날라다녔었는데"라고 말을 쉽게 하긴 하지만, 지금 돌아 생각해보면 그때는 모르는게 너무 많았다. 1대1에서는 져본적이 많이 없지만 공 없이 움직이는 것이나 pick-n-roll 등의 팀 플레이에 대해선 잘 몰랐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그땐 잘했지"라고 말하는 것도 솔직한 말은 아닌듯 싶다. 

10학년, 11학년 학교 농구팀에서 죽어라 뛰었고, 11학년 (Junior Varsity) 때는 시즌이 시작할땐 벤치로 시작했지만, 중간에 starter 로 바뀌어서 씨즌 끝날때까지 starter 였고, 그 시즌 우리팀은 11연승으로 시즌을 마쳤다. 11학년 씨즌이 끝나고 Varsity 로 올라가서 연습 몇번 참여한 후, SAT 시험준비학원에 등록하면서 농구팀을 그만두었다. 그렇게 또 미친듯이 SAT 시험준비를 하고 시험 점수는 나쁘지 않았지만 결국 community college 로 가는 바람에 농구팀을 그만두고 SAT 준비를 한게 정말 쓸데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후로 난 그때 농구팀을 그만둔게 세상에 태어나 제일 후회하는것 몇가지 중에 하나가 되어버렸다. 그때 계속 했으면 뭐가 달라졌을까? 아마 달라지는 건 많이 없었을 거다. Varsity 에서는 그냥 후보로 있다가 졸업했을거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농구게임에 대해서 모르는게 너무 많았기 때문에... 그래도 후회한다. 한번밖에 오지 않았을 마지막 기회였을텐데.

고등학교때부터 꾸준히 열심히 연습했으면 애초의 꿈대로 한국에서 선수가 될수 있었을까? 솔직하게 말하면 maybe. 농구에 대해서 조금 더 많이 배웠었더라면, 그때 있었던 열정으로 꾸준히 연습했다면 why not? 키가 충분히 크지 않은건 둘째치고, 팔이 짧고 손이 작은게 농구할때는 큰 약점이긴 하지만, 그 외에는 나 하기 나름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한때는 꿈이었고 나의 모든것이었지만 그 후로는 취미일 뿐이다. 다만 남들이 말하는 "취미"정도에 그칠정도로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런 가벼운 것은 아니다.

지금은 남편으로써, 두 딸의 아빠로써, 일주일에 한번, 딱 1시간 반밖에 못하긴 하지만, 그 시간에 목숨을 거는 것도 이게 단순히 나의 "취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은 몇주 전 저 코트를 거의 십몇년만에 가서 농구를 했을때 찍은 사진이다. 3월에 Irvine 으로 이사를 오면서 집에서 10분거리가 되었다. 한쪽 코트의 림은 네트도 없었고 대충봐도 티가 날정도로 한쪽으로 기울어있기까지 했다. 그리고 대부분 동양 사람들이었다. 20년전엔 안그랬었는데... 그래도 혹시 문이 잠겨있지는 않을까, 아무도 없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 달려갔었는데 사람들도 꽤 있고, 재밌게 몇게임 뛰고 와서 기분이 좋았었다. 근데 아무래도 이젠 실내에서 하는게 익숙하기도 하고, 아는 사람도 하나도 없기도 하고 그래서 쉽게 가게 되지는 않는다. 

오늘은 농구를 하는 화요일이었는데 준비 다 하고 나가려 할때쯤 교회 체육관이 다른 행사때문에 닫았다는 메세지를 들었다. 또 한주를 기다려야 해서 아쉬운 마음을 이렇게 농구를 향한 사랑을 적으면서 표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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